은천교회

목회칼럼

 

스리랑카 이야기 (4) - 마지막

  • 성지현
  • 2024.07.27 오후 10:35

  72일 화요일 오후, 스리랑카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시내에서 점심을 먹는 중에 어느 선교사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스리랑카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난 일정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도시의 풍경들, 도로마다 세월 좋게 누워 있는 멍멍이들, 인도양의 파도 물결, 그리고 세계적인 명소 시기리야(Sigiriya)를 오르는 1,202개 계단 등등, 뭔가 대답을 해야 하는데, 본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너무 많았습니다.

  잠시 후, 입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스쳐 지나가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제일 먼저 공양을 위해 새벽길을 걷고 있는 승려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머리를 깎고 붉은 법복을 입고 있었는데 10대 초반, 많아야 20대 초반에 불과한 청소년들이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빛이 흐렸고 몽롱했습니다. 잠에 취한 것인지, 뭐에 취한 것인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칸투칸나와 교회의 32세 젊은 목사님. 목사님은 교회를 개척하여 2년 만에 40여 명의 성도들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거의 매일 노방전도를 했고 밤이면 교회에서 철야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당신 아내의 상황을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3년 전에 류케미아(leukemia)라는 혈액암이 발생하여 아내 때문에 힘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주일 오후 싸만콘이라는 빈민촌에서 만난 어린아이들입니다.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 안쪽에 4~50명의 아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골목 입구에는 불당이 차려진 집이 있었고 바로 앞으로는 도랑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음식물 찌꺼기가 쌓여 있고 언뜻 보아도 위생적일 수 없는 곳에 개와 닭들이 헤매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했습니다. 아이들은 찬송을 불렀고,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기도를 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아이들은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반찬이라고 해야 별것 아니지만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 예뻤습니다. 저들에게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기를.

  스리랑카를 다녀온 지 20여 일이 지났습니다. 머리가 나쁜 것인지 기억이 희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멋진 풍광, 화려한 모습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들의 눈빛만큼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스리랑카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스리랑카와 스리랑카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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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리랑카 이야기 (4) - 마지막
  • 2024-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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