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복 많이 받으세요

  • 구교환목사
  • 2014.01.18 오후 12:21


복 많이 받으세요


  1980년 말, 서울의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부흥집회가 있었는데 60이 넘으신 목사님께서 강사로 오셨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집회 기간 동안 숙소가 멀지 않아 걸어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하셨습니다. 당시 교회 주변으로는 호텔은 물론 깨끗한 모텔 하나 없었습니다. 딱 하나, 교회 주변 시장에 허름한 여관이 하나 있었는데 욕조는 물론 세면대도 없었습니다. 온수와 냉수가 나오는 수도꼭지 두 개, 그리고 빨간색 플라스틱 대야가 전부였고 침대도 좀 그랬습니다. 하지만 목사님께서는 좋다고 하셨습니다. 걸어 다닐 수 있으면 됐다고 하시며 목사님은 흡족해 하셨습니다.


  집회 둘째 날 아침, 아침 식사를 위해 숙소에 들렀습니다. 환기가 되지 않아 방안에는 온통 습기가 가득했고 늦은 가을 조금씩 차가워지는 날씨에 유리창은 하얗게 덮여 있었습니다. 마침 목사님께서는 커튼을 젖히고 유리창에 뭔가를 쓰고 계셨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이 말을 목사님께서는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적어 나가셨습니다. 여관 2층 유리창을 누구 하나 볼 것 같지 않은데도 목사님은 꽤 진지하셨습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목사님께서 입을 여셨습니다. "목사는 말이야, 언제 어디서든지 사람들을 축복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목사가 축복권을 소홀히 여기면 안 돼!"

집회가 끝나고 댁으로 가시면서 목사님은 한 마디 하셨습니다. "성도들을 위해 기도 많이 해. 그게 최고야." 그리고 목사님께서는 차에서 내리시기 전 까마득한 후배의 손을 붙잡고 기도해 주셨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유리창이 하얘지기 시작하면 그 목사님 생각이 납니다. 런닝 셔츠 차림으로 하얀 수건을 목에 두른 채 동네 사람들을 축복하며 해맑게 웃으시던 목사님, 목사님께서는 몇 년 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하나님 나라에서 얼마나 멋진 상을 받으셨을지….

 

  목사님을 생각하며 우리 성도들이 봉헌하신 신년서원예물 헌금봉투를 꺼내들었습니다. 우리 성도들이 2014년에 어떤 기도 제목을 갖고 계신지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건강을 위해, 어떤 성도는 자녀들을 위해, 혹은 사업을 위해, 또 믿음의 성장을 위해 얼굴이 다르듯이 기도 제목 또한 다양합니다. "하나님, 아시지요!"라고 적어내신 분도 계십니다. 기도가 너무나도 간절하여 눈물로 쓴 것 같은 애절한 내용들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성도들의 기도에 응답하시기를 바랍니다.

 

  목사님을 생각합니다. 식당에 가서도 식당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빠트리지 않으셨던 목사님이셨습니다. 그 목사님처럼 평생을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웃들을 위해 축복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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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 많이 받으세요
  • 201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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