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성지현
  • 2022.12.30 오후 09:38

  어느 깊은 산골, 이름도 없는 암자(庵子)에 수도승 몇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깊은 밤, 묵상수련 중인 수도승 하나가 눈을 떴습니다. 주변에는 온통 어두움뿐이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에 휩싸인 수도승은 어찌할 줄 모른 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도승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든 어둠을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한 수도승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을 향해 주먹도 날려보고 발길질도 했습니다. 그리고 옷을 벗어 어둠을 내리쳤습니다.

  숙소에 누워 있던 동자승이 요란한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괴성이 요란했습니다. 고함소리,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골짜기에 퍼지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동자승은 암자를 향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선배 수도승이 난리법석을 떨고 있었습니다. 동자승은 가지고 온 초롱불을 들고 방안에 들어섰습니다. 동자승이 한 발자국 들어서자 그 무시무시했던 어둠이 물러갔습니다. 어둠이 물러가자 끔찍했던 두려움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임금이 살았습니다. 임금은 덕도 많고 근엄하기는 했는데 가끔씩 어리석은 말을 쏟아냈습니다. 한번은 임금이 행차하는 중에 길바닥에 먼지가 피어올랐습니다. 임금은 먼지가 싫었습니다.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상한 임금은 느닷없이 신하들을 향해 명령했습니다. “모든 길을 소가죽으로 포장하도록 하시오.”

  갑작스러운 명령에 나라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냐며 임금의 어리석음을 조롱했습니다. 하지만 임금은 몰아붙였습니다. 이 때 나라의 덕망 높은 현자(賢者)가 임금 앞에 섰습니다. “임금님, 모든 도로를 소가죽으로 포장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임금님 발을 소가죽으로 감싸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먼지도 묻지 않고 발도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자의 말을 들은 임금은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을 했습니다. “거 참, 좋은 생각이구려. 그렇게 하면 되겠구려.” 이 이야기는 인류가 구두를 만들게 된 시초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계묘년(癸卯年)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 해에는 마음을 새롭게 하고 좀 더 지혜롭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소리를 칠 것이 아니라 불을 밝혀야 합니다. 소가죽으로 모든 도로를 덮을 것이 아니라 내 발을 잘 보호하면 충분할 것입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것이 가장 큰 복입니다. 모두 모두,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기를 축원합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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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22-12-30
  • 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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