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따뜻한 사랑 이야기

  • 성지현
  • 2023.01.27 오후 09:20

  시골에 살던 10대 소녀가 가출을 했습니다. 시골이 싫었고 혼자 남으신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시 생활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둠이 그녀를 덮었고 결국 소녀는 진흙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집을 나온 지 7, 이제 이십대 중반이 된 소녀는 자살을 결심합니다.

  죽음을 준비하던 소녀는 아버지가 보고 싶어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밤중이었지만 돌로 쌓아올린 담벼락, 담쟁이 넝쿨, 어렸을 적 뛰어 놀던 안마당, 모든 것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담장 옆 대문은 열려 있었고 방안에는 아버지가 희미한 불빛 아래 뭔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 때, 인기척을 느낀 아버지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거기 누구요?”

수경이가 왔느냐? 수경이 맞지?”

  딸이 집을 나간 후 아버지는 하루도 대문을 걸지 않았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아버지는 집을 나간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인은 다섯 살, 세 살 된 아들 둘을 키웠습니다. 신발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공장 옆으로 기찻길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공장에 데리고 나왔고 일을 할 때는 공장에 딸린 작은 방에 아이들을 놀게 했습니다.

  그런데 6월 어느 날, 아이들은 답답하다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공장 뒷마당에 놀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철길까지 접근하였습니다. 조약돌치기도 하고 가위바위보 놀이도 하고. 직원 누군가가 아이들이 방에 없다고 엄마에게 알렸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엄마는 철길을 향해 달렸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기차가 오는 것도 모르고 희희낙락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엄마는 몸을 날려 아이들을 밀어냈습니다. 아들들은 살려냈지만 엄마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두 형제는 고아원으로 보내졌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아들들은 엄마의 무덤 앞에 조그마한 묘비를 세웠습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날씨가 꽤 춥습니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아버지 생각,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7년 동안 대문을 잠그지 않은 아버지, 아들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어머니, 사랑임에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따뜻한 사랑은 우리를 위해 생명을 던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완성되었습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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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사랑 이야기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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