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맷돌

  • 성지현
  • 2025.01.12 오후 06:44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 집에 맷돌이 있었습니다. 콩이나 어떤 곡식을 넣고 어처구니를 돌리면 옆구리에서 하얀 물이 흘러나왔습니다. 그것으로 할머니는 빈대떡도 부쳐 주시고 국수도 말아주셨습니다. 그때 먹었던 콩국수 맛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수수께끼 하나, 위로 먹고 옆으로 내보내는 것은 무엇입니까? 정답은 xx입니다.

  ‘악마의 맷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브레이크(William Brake : 1757-1827)라고 합니다. 그런데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이라는 말이 유명해진 것은 경제학자 카를 폴라니(Karl Polanyi : 1886-1964) 때문입니다. 폴라니 박사는 거대한 전환이라는 괄목할 만한 책에서 20세기 자본시장을 논하며 모든 가치를 맷돌에 넣고 갈아버리는 세상을 풍자했습니다. 세상은 평화, 정의, 사랑, 윤리는 물론 역사와 정신적 유산, 심지어 종교까지 모든 가치를 맷돌에 넣어 갈아버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입니다. 다시 말해 무슨 일을 하든 궁극적으로는 돈을 더 갖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하여 악마의 맷돌입니다.

  사람들은 지금도 악마의 맷돌을 돌리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외교 분쟁이나 전쟁도 따지고 자국의 이익 때문입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 사업도 돈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정치적인 갈등, 진보와 보수의 대립 등도 결국은 더 많은 돈을 얻고자 하는 데서 나타나는 불협화음 아닌가 싶습니다. 한 걸음 양보하고 조금만 내려놓으면 될 것 같은데 사람들은 죽을 힘을 다해 악마의 맷돌 어처구니를 돌리고 있습니다.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하나님의 맷돌이 돌아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나님의 맷돌에 이것저것 넣고 갈아봅니다. 못된 생각, 미움과 다툼, 불평과 원망, 시기하는 마음 등등 무엇을 넣고 갈아도 그 결과물은 믿음, 소망, 사랑입니다. 죽이고 싶은 마음, 억하심정을 넣고 갈아도 감사와 은혜가 나오는 것이 하나님의 맷돌입니다. 지금 돌리고 있는 것이 악마의 맷돌입니까? 하나님의 맷돌입니까?

기독교 정신은 나는 죽고 예수가 사는 것입니다. 바울의 고백처럼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2:20)입니다. 하나님의 맷돌을 돌리는 것은 곧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2:3)는 마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새해에는 악마의 맷돌에서 손을 떼고 하나님의 맷돌을 돌렸으면 좋겠습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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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맷돌
  • 202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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