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심방 가방
「강이 풀리면」이라는 오래된 가곡이 있습니다. 오동일이 곡을 만들고 김동환이 시를 썼습니다. 잔잔히 흐르는 노래에서 여인은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강가에 서 있습니다. 혹한의 날씨에 강이 얼어 배가 올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봄이 오고 강이 풀리고, 강이 풀려 배가 뜨면 사랑하는 임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 / 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2.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어려웠던 시절, 할머니가 손주 둘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교회 권사이셨던 할머니는 일 년에 두 차례, 목사님을 따라 심방을 다녔습니다. 교회에서는 이것을 ‘대심방’이라고 불렀는데 보통 서너 명이 같이 다녔습니다. 그런데 대심방을 나서는 할머니의 가방이 보통 때와는 다르게 유난히 컸습니다.
당시 심방을 받는 성도 가정에서는 예배를 마친 후 정성껏 식사나 간식을 대접하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푸짐하고 귀하기도 했지만, 더 좋은 것은 음식을 포장해주는 따뜻함이었습니다. 할머니 권사님에게 대심방은 손주들에게 뭐라도 먹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누구보다도 간절했던 것은 아이들이었습니다. 할머니의 가방이 불룩하기를, 그리고 가방 안에 떡과 과일, 과자 등이 가득하기를 아이들은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기다림의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이 풀려 사랑하는 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으로, 할머니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골목 어귀를 서성대는 아이들의 설렘으로, 아니 그보다 더 간절하고 뜨거움으로 이 땅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립니다.
「강이 풀리면」이라는 노래에서 여인은 가리다 지쳐 한숨짓고 돌아갑니다. 아이들은 한두 번 맛있게 먹지만 이내 배가 고파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우리를 실망시키신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가 주시는 떡은 우리를 영생에 이르게 하는 생명의 떡입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