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우생마사(牛生馬死)

  • 임영종
  • 2021.12.12 오전 09:12

 

      어떤 목사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바보처럼 살았던 목사라고 기억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목사님은 가장 좋은 옷을 입을 수 있었는데 소매가 다 헤진 옷을 입고 다녔고, 가장 멋진 자동차를 탈 수 있었는데 버스를 타거나 남의 차를 빌려 타셨습니다. 주변에서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라고 성화였는데 목사님은 외아들을 외국으로 쫓아버렸습니다. 많은 목사들이 통일운동을 한다며 북한을 들락거리고 있을 때 목사님은 실향민들을 두고 나만 어찌 고향에 가겠나며 포기하셨습니다. 우리는 그의 이름을 한경직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경직(1902-2000)은 서울 한복판에 영락교회를 창립하여 오늘의 모습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리고 1973년 퇴임하여 소천하기까지 남한산성에 머무셨습니다. 유족들에 의하면 그가 남긴 유품으로는 말년에 타고 다녔던 휠체어, 지팡이 하나와 겨울 털모자, 그리고 입던 옷가지 몇 개와 쓰다 남긴 생필품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한경직목사님에게는 변변한 아호(雅號) 하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산학교에 다닐 때 담임선생님이 추양이라는 말을 건넵니다. “경직아, 네가 있으면 주위가 따스해지는구나. 어린아이가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따스함을 전하다니. 너는 마치 서늘함이 느껴지는 가을녘, 그 가운데 따스하게 비추는 가을햇볕 같은 아이구나.” 그래서 아는 사람들은 그를 추양(秋陽)’이라고 부릅니다.

     

    어느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 소와 말을 비교했는데 소와 말은 고기를 먹지 않고 풀을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는 느리고 말은 빠릅니다. 느리지만 힘이 좋기 때문에 소는 농사일에 적격이고 말은 빠르기 때문에 전쟁을 할 때 꼭 있어야 합니다.

     소와 말의 결정적 차이는 홍수가 났을 때 나타납니다. 홍수가 나서 급류에 빠지면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고 합니다. 급하고 빠르게 달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말은 물살에 저항하며 필사적으로 다리를 휘졌습니다. 그러다가 말은 힘이 빠져 죽습니다. 반대로 소는 느립니다. 흘러가는 급류에 빠진 소는 있는 그대로 자기 몸을 맡겨 버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물에 둥둥 떠내려가다가 뭍에 이르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생마사(牛生馬死)라고 했습니다.

     세상이 소용돌이를 치고 있습니다. 마치 급류에 떠내려가고 있는 것 같은 세상입니다. 하지만 말처럼 몸부림치면 이내 힘이 빠져 죽을 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소처럼 급류에 몸을 맡기고 태평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급류가 아니라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살아갑니다. 秋陽처럼,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천천히 걷는 것이 믿음입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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