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매 주일 똑같은 설교

  • 성지현
  • 2024.04.06 오후 12:15

  어느 시골 마을에 교회가 하나 있었습니다. 100년 가까운 꽤 역사 있는 교회로 성도가 100명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 교회에 60이 가까운 목사님이 새로 부임하셨습니다.

  목사님은 첫 주일예배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는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보여주셨다. 예수님의 사랑을 입은 자로서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사랑은 사명이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내용으로 서로 사랑하라, 원수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말씀이었습니다.

  목사님은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말씀을 전했습니다. 성도들 역시 새로 부임하신 목사님의 설교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설교 말씀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라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성도들이 태반이었습니다. 한 주간이 흘렀습니다. 성도들은 선포될 말씀에 큰 기대감을 갖고 교회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주보를 펼쳐 보니 설교 제목이 지난주와 똑같았습니다. “서로 사랑하라.” 설교 내용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일도 똑같은 설교였습니다.

  성도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목사님은 똑같은 설교를 3개월 동안 반복했습니다. 성경 본문도 같고, 설교 내용도 마치 복사한 것처럼 글자 하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성도들 몇 사람이 목사님을 찾아와 따졌습니다. “우리를 무시하는 겁니까? 아니면 게으른 것입니까? 어쩌면 이럴 수가 있습니까? 3개월 동안 똑같은 설교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화가 난 성도들은 목사님께 교회를 떠나달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성도들이 거칠게 달려들자 목사님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목사님은 3일 안에 떠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떠나기로 약속한 하루 전날 저녁, 마음이 불편했던 장로님 한 분이 아내와 함께 사택 문을 두드렸습니다. “목사님, 어쩌자고 그래 하셨습니까?” 장로님의 질문에 그동안 잠잠했던 목사님께서 조용히 입을 여셨습니다. “다 제가 부족한 탓이지요. 설교를 잘 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성도들이 은혜받고 서로 사랑했을 텐데.”

  목사님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장로님의 눈이 젖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던 성도들이 눈앞을 스쳤습니다. 자기주장만 앞세우고 큰소리를 쳤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장로님은 목사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목사님, 잘못 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서로 사랑하겠습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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