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조삼모사(朝三暮四)

  • 성지현
  • 2023.06.17 오후 01:07

  중국 송나라 때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살았습니다. 저공은 원숭이를 여러 마리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 해 겨울 경기가 좋지 않아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저공은 원숭이들의 먹이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원숭이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세상이 힘들어졌다. 해서 내일부터는 아침 먹이로 도토리 3알씩을 주고 저녁에는 도토리 4알을 줄 터이니 그리 알아라.” 원숭이들은 펄쩍 뛰었습니다. 그러잖아도 배가 고픈데 도토리 3알을 먹고 하루 종일 살라는 것은 너무 하다며 투덜거렸습니다.

  그러자 저공은 머리를 썼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아침에 4알을 주고 저녁에 3일 주면 되겠느냐?” 저공의 제안에 원숭이들은 좋아라고 헤헤 웃었습니다. 3알을 준다 했는데 4알을 준다고 하니 이를 흡족히 받아드린 것입니다. 원숭이는 원숭이일 뿐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조삼모사란 자기의 이익을 위해 교활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고 놀린다는 뜻입니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되는데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면 이런 얄팍한 속임수에 넘어가게 마련입니다.

  중동의 농부들도 밭을 갈 때 소의 목에 멍에를 건다고 합니다. 새끼가 있으면 그 녀석도 같이 밭일을 나갑니다. 새끼에게도 멍에를 거는데 새끼는 멍에에 목만 끼울 뿐 사실은 힘쓸 일이 없습니다. 새끼는 고생하는 엄마를 올려다보며 속으로 말합니다. ‘멍에라는 것이 이렇게 쉽고 가벼운데 엄마는 괜히 땀만 흘리네.’ 착각입니다. 생각이 틀렸으니 새끼는 훗날 농부가 멍에를 걸 때 반항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소는 소일 뿐입니다.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1875-1965)가 짬을 내 고향을 찾았을 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많은 이들이 역에 나와 그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열차가 도착했고 사람들은 1등 칸 출입문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다렸던 슈바이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슈바이처는 3등 열차를 타고 온 것입니다.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아니 왜? 귀하신 분이 3등 칸에 타고 오셨습니까?” 기자들의 질문에 슈바이처는 계면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4등 칸을 타야 했는데 표를 구할 수가 없었답니다.”

  성경은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5:16-17)고 가르칩니다. 정신만 차린다면 세상은 살 만하지 않겠습니까?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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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삼모사(朝三暮四)
  • 2023-06-17
  • 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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