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름들

  • 구교환 목사
  • 2014.08.16 오후 12:05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름들




   스마트폰 보급 대수가 천만 대를 넘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그로 인해 얻는 엉뚱한 혜택 가운데 하나가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집 전화가 아예 없는 이들이 많고, 설령 있더라도 단축번호 1번만 기억할 뿐 정확히 기억하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 대략 4-500명 정도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가끔 자투리 시간을 얻으면 저장되어 있는 이들의 이름을 훑어보곤 합니다. 그 가운데는 오랜 동안 소식이 끊겨 있는 이들도 많고 어떤 사람은 누구인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히 기억하기 싫은 이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눈을 질끈 감고 과감하게 지워버립니다.

 

   어느 날 대 여섯 명의 이름을 삭제하다가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생명책에 내 이름을 지우시면 어쩌나 하고 말입니다. 그럴 일이야 없으리라 믿고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큰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날 이후 연락처 목록에서 삭제하는 일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교제가 있거나 없거나 한 번 저장된 이름은 지우지 않습니다. 이제는 삭제하는 대신 한 분 한 분 이름을 떠올리며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몇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늘은 'ㄱ' 다음에는 'ㄴ'하는 식으로…, 그리고 그런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며칠 전에는 'ㅎ'으로 시작되는 분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한 바퀴 돌았으니 'ㄱ'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가장 멋진 인생은 만나는 이들을 격려하고 마음속에 있는 이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축복하며 사는 인생입니다. 어제 하루가 행복했는지 묻는다면 어제 하루 얼마나 많은 이들을 사랑하고 축복했는지 따져 보면 될 것입니다. 축복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한 사람이고, 반대로 한 달이 넘고 일 년이 다 되도록 누구하나 제대로 축복하지 못했다면 행복하다고 하기 어렵겠습니다.

   요즘 교회 앞을 지나는 전철에 방음벽을 교체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전에 있던 것을 해체하는 바람에 전철이 지나가면 무척 요란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자다가 깨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기찻길 옆 오막살이 같아서 좋습니다. 며칠 전에는 새벽기도 마치고 밖에 나가 지나가는 전철을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교황처럼 인자한 표정을 지어보려고 했지만 차이가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 저 전철 타고 새벽 일찍 출근하는 이들을 축복해 주세요"라고 복을 비는 제 마음은 더 없이 행복했습니다. 복을 받는 것은 그들의 몫이겠지만 행복해지는 것은 복을 비는 이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핸드폰에 어떤 이름들이, 몇 명이나 저장이 되어 있으신지요? 그 이름들은 우리가 매일매일 축복해야 할 천사들입니다. 우리 모두가 천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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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름들
  • 2014-08-16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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