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서로 사랑하며

  • 구교환목사
  • 2013.08.31 오후 04:25

 

서로 사랑하며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던 시간, 서울의 어느 변두리에 단속반원들이 노점상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단속반원들은 험악한 표정으로 노점상 아주머니의 물건들을 수거하여 트럭에 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샌드위치와 김밥 같은 음식물들이 길바닥에 뒹굴었습니다. 행상을 하던 여인은 사정을 하며 단속반원들에게 매달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주머니 한 분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단속반원들을 나무랐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 그만 하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반원들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더 빨리 움직이며 상황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우리도 하고 싶어 합니까? 위에서 시키니까 하지!"

이 때였습니다. 어디 있었는지 양복을 입은 50대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습니다.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우유팩 몇 개를 집었습니다. 그리고 행상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만 원짜리 한 장을 앞치마에 찔러 넣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삶은 계란, , 심지어는 은박지에 싸여있던 김밥까지, 아주 못쓰게 된 것들을 빼고는 하나둘 집어 들고는 행상 아주머니에게 1,000원씩, 2,000원씩을 건넸습니다. 행상을 하던 여인의 얼굴에는 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눈물에는 따듯함이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작년 6, 부산대학교 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9병동에서 청소를 하던 직원이 병실을 정리하다가 돈이 들어 있는 두툼한 봉투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직원은 이 봉투를 총무팀에 넘겼습니다. 총무팀은 해당 병상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소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유실물법에 따라 1년 뒤 봉투 안에 있던 1,190만원은 국고에 귀속되었습니다. 봉투를 주운 직원은 이것을 잃어버린 주인이 얼마나 애가 탈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현찰이었기에 욕심이 날 법도 한데 말입니다. 부산서부경찰서는 이 직원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날씨 때문인지 온통 짜증스러운 이야기뿐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떠돌고 있는 싱그러운 이야기를 골라보았습니다. 날씨를 핑계로 투덜거리며 사는 것은 그리스도인답지 못한 모습입니다. 날씨가 덥고 세상이 답답해도 서로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영국의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의 말입니다. "미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해서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똑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다"라고 말한 사람은 생텍쥐페리입니다. 무더운 여름, 더운 날씨에 감사하며 두루두루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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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로 사랑하며
  • 2013-08-31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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