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조만식 장로, 주기철 목사

  • 손성진
  • 2020.01.05 오후 01:46

조만식장로, 주기철목사

 

  평안북도 정주에서 머슴을 살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청년은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집안을 정리하였습니다. 주인마님이 일어나시면 방에 들어가 요강을 가지고 나와 깨끗하게 씻어 양지 바른 곳에 뒤집어놓았습니다. 행실이 너무 바르고 영민한 것을 지켜보던 주인은 청년을 평양 숭실학교로 보내 공부를 시켰습니다. 공부를 마친 청년은 고향으로 내려와 오산학교의 선생을 거쳐 교장이 되어 수많은 민족 지도자를 양성하였습니다. 이 청년이 바로 독립 운동가였던 고당(古堂) 조만식선생(1883-1950)입니다.

 

  조만식은 평양 산정현교회의 장로가 됩니다. 장로 조만식은 산정현교회 담임목사로 오산학교 출신인 주기철목사(1897-1944)를 모셔옵니다. 자기보다 14살 연하이고 이전에 스승과 제자 사이였지만 조만식장로는 목사에게 깍듯했다고 합니다. 목사 앞에서 언제나 무릎을 꿇었습니다. 주기철목사가 편히 앉으시라고 간곡히 권해도 조만식장로는 하나님의 사자 앞에서 그럴 수 없다며 자세를 곧추 세웠습니다.

 

  어느 주일 아침, 조만식장로에게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만식장로는 예배 시간에 늦고 말았습니다. 문을 살짝 열고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가는 조만식을 향해 목사가 질책을 했습니다. “장로님, 오늘은 앉지 말고 서서 예배하십시오.” 조만식은 나이도 한참 아래이고 이전에 제자였던 목사의 말을 듣고 설교 시간 내내 서 있었습니다.

 

  설교가 끝나자 주기철목사가 조만식장로에게 지시를 합니다. “장로님, 기도하세요.” 조만식장로는 목사의 지시를 받고 떠듬떠듬 입을 열어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이 죄인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애국 운동한다고 사람을 만나다가 하나님 만나는 예배 시간에 늦었습니다.

목사님이 얼마나 마음 아프시면 설교하다 말고 책망하셨겠습니까?

하나님의 종을 마음 아프게 한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성도들이 은혜 받는 것을 방해한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기도를 하는 중에 조만식장로의 눈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주기철목사도 울고 성도들도 울었습니다.

 

  조만식장로와 주기철목사는 암울했던 시절 조국 교회와 민족을 이끌었던 분들입니다. 그리고 산정현교회는 대부흥운동과 독립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2020년을 시작하며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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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만식 장로, 주기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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