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어머니와 두 아들

  • 구교환 목사
  • 2016.09.24 오후 01:09


어머니와 두 아들

 

   한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후 어머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잠깐 밖에 나간 사이 집에 불이 났습니다. 소식을 듣고 돌아온 어머니는 황급하게 뛰어 들어가 방에서 자고 있던 아들들을 이불에 둘둘 말아 들춰 메고 나왔습니다. 덕분에 아들들은 무사했지만 어머니는 온몸에 화상을 입었고 다리를 절었습니다.

 

   몸은 불편했지만 어머니는 혼신의 힘을 다해 아들들을 키웠습니다. 막일을 하고 때로는 구걸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자기는 못 먹어도 아들들만은 굶기지 않았고 자기는 헐벗어도 아들들만큼은 제대로 입혔습니다. 어머니의 눈물 어린 희생에 다행히 아들들은 잘 자라주었습니다. 큰아들은 명문 동경대학에, 작은아들은 와세다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하였습니다.

 

   몇 년 후, 졸업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졸업식이 보고 싶어 학교에 갔습니다. 졸업식장에는 지역사회 귀빈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모두들 근사하게 차려 입었습니다. 하지만 남루한 차림의 어머니는 수위실에서 제재를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누구누구의 어머니라고 자기를 밝혔습니다. 어머니가 왔다는 소식을 접한 아들은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는데요.” 결국 어머니는 슬픈 얼굴로 돌아서야 했습니다.

 

   며칠 후 둘째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졸업식이 보고 싶어 와세다대학을 찾아갔습니다. 이번에는 차마 자기를 밝히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이내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어머니가 오시리라고 예상하고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구부정한 모습의 어머니를 발견한 아들은 잽싸게 달려 나와 어머니를 등에 업었습니다. 어머니는 사람을 잘못 보았다면 손사래를 쳤지만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머니를 졸업식장 귀빈석에 앉혀드렸습니다.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몸을 움츠렸습니다. 아들은 의아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머니를 소개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곧바로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국에 소개되었습니다. 훗날 둘째 아들은 대기업의 회장 사위가 되었고 어머니를 부끄러워했던 첫째 아들은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불안한 소식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어머니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가을입니다. 날씨가 선선해집니다. 찬바람이 불면 어머니께서 안방 아랫목 이불 속에 따뜻하게 보관해 놓으셨던 밥 한 공기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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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와 두 아들
  • 2016-09-24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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