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선착순

  • 구교환 목사
  • 2016.01.30 오후 01:26


선착순


    아프리카 어느 오지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께서 들려주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선교사님께서 문명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정글 깊은 곳에 있는 부족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의 눈물의 헌신으로 마을 사람들은 복음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복음과 함께 외부의 원조를 받게 되어 그 부족은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외부에서 가져다주는 과자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건네지는 과자의 양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 날 선교사님도 과자를 준비했는데 몰려드는 아이들은 생각 밖에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선교사님 옆에 둘러서서 손에 들고 있는 과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나누어도 싸움이 날 것 같다고 판단한 선교사님은 고민 끝에 ‘선착순’을 생각해냈습니다. 아이들에게 들판 반대쪽에 있는 나무 뒤로 가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신호를 하면 달려와서 먼저 도착하는 순서대로 과자를 집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은 들판 반대쪽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님은 옷을 흔들며 달려오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아이들은 과자를 향해 맹렬히 달렸습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잘 달리지 못했습니다. 넘어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맨 앞에서 달리던 ‘대장’ 격의 아이가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자기들 부족 말로 뭐라 뭐라 소리를 쳤습니다. ‘대장’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뒤로 달려가 넘어진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울고 있는 동생들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1등도 없고 꼴등도 없이 그냥 다 똑같이 옆으로 발을 맞추어 달려와 과자를 모두 똑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선교사님은 한 대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종종 하고 있는 ‘선착순’이 가장 공평한 방법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선교사님은 그 ‘대장’에게 뭐라고 소리를 쳤는지 물어보았답니다. ‘대장’의 답변입니다. “왜 이겨야 돼? 똑같이 나누면 되는데….”

 

   요즘 정치권에는 적지 않은 갈등이 있는 모양입니다. 새로 만들고 떠나고, 누구 파 무슨 파들끼리 모여 세 불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마도 4월에 있을 총선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어차피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져야 하는 싸움입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갈등은 해소될 수 있을른지요? 남북 간의 갈등은? 일본과의 첨예한 싸움은? ‘누가 누가 잘하나?’를 가리기 전에 ‘모두 모두 잘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그리워집니다. “왜 이겨야 돼? 똑같이 나누면 되는데….”라고 말하는 꼬마 대장처럼 말입니다.

 

   예수님처럼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이웃과 더불어 함께 먹고 함께 마시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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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착순
  • 2016-01-30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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