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지록위마(指鹿爲馬)

  • 구교환 목사
  • 2014.12.27 오후 12:21


지록위마(指鹿爲馬)



   2014년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지성인들은 ‘전미개오(轉迷開悟)’라는 사자성어로 새해의 소망을 표현했습니다. ‘전미개오’란 어지러운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의 깨달음에 이르는 것으로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2014년의 마지막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전국의 대학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그 가운데 201명(27.8%)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선택하였습니다. ‘지록위마’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칭하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중국 「사기」에 나오는 것인데 진시황이 죽은 후에 조고(趙高)라는 자가 진시황의 어리석은 아들 호해(胡亥)를 옹립하고 정적들을 숙청하는 고사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조고는 야심이 가득한 인물로 스스로 황제가 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조고는 사슴을 가져와 호해 앞에 바치면서 말(馬)을 바친다고 말을 합니다. 호해는 “이게 어디 말이오? 사슴이지…”라며 반색을 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조정신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물론 사슴이라고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훗날 조고는 사슴이라고 한 사람들을 처형하였습니다.

 

   2014년은 사슴이 말이 된 해였습니다. 원칙은 사라지고 변칙만 활개를 쳤습니다. 수많은 거짓이 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시작하여 청와대 문서유출, 그리고 ‘땅콩회항 사건’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모르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슴을 보면서 모두들 ‘이거 말(馬)이야’라고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뉴스를 지켜보다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불러 대질심문을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질심문이란 서로 의견이 다른 두 사람을 마주 앉혀놓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입니다. 대질심문이라는 말끝에 문득 하나님 앞에 서는 날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 앞에 서서 대질심문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바울은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고전13:12)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깨끗하지 않은 거울로 보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그 때가 되면 모든 것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사람들 모두 사슴을 말이라고 하지만 때가 되면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그 누구도 진리를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8:32)는 주님의 말씀을 읊조려 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접으며,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는 2015년 새해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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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록위마(指鹿爲馬)
  • 2014-12-27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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