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네가 최고야!

  • 구교환 목사
  • 2014.05.31 오후 01:46

네가 최고야!


  화창한 봄이었습니다. 어느 농장에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강아지는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마구간 가까이로 다가갔습니다.

   "못 보던 녀석인데, 새로 왔나 보구나?"

   마구간에 있던 늘씬한 말(馬)이 우쭐거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너는 새로 와서 모르겠지만 내가 이 농장에서 주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동물이란다. 주인의 짐을 나르기도 하고 때로는 주인을 태우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도 하지. 사냥을 할 때도 내가 주인을 모시지. 너는 너무 작아서 주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겠어. 아마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 거야."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우사에서 소(牛)가 빈정거렸습니다.

   "천만에 이 농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물은 바로 나 암소이지. 주인은 내가 주는 젖으로 버터도 만들고 치즈도 만들잖아? 더군다나 나는 죽어서도 주인을 위해 내 몸을 다 바치지. 강아지야! 너야 말로 안됐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네."


   이 말을 듣고 있던 양(羊)이 끼어들었습니다. 털을 주인에게 드려 따듯한 겨울옷을 만든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러자 닭들이 나서서 자기들은 아침마다 계란을 공급하고 있다고 자랑했고, 고양이들은 농장에 고양이가 없으면 쥐들 때문에 난리가 날 것이라며 자기들이 가장 사랑받는 존재라고 떠들었습니다.


   강아지는 풀이 죽었습니다. 자기는 주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모두들 자기가 최고라고 하는데 대꾸 한 마디 못하고 강아지는 후미진 곳을 찾아 서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의 울음소리를 들은 늙은 개가 찾아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늙은 개는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물론 강아지야, 너는 주인을 태우고 다니기에는 몸집이 작지. 버터나 치즈를 만드는 젖도 나오지 않고. 털도 없고 알도 낳지 못하지. 저 동물들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네. 하지만 강아지야!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다른 동물들은 할 수 없지만…, 네 존재 자체로 주인에게 사랑과 기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저녁이 되었습니다. 밭에 갔던 주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순간 강아지는 주인에게 달려가 주인의 발을 핥고는 그 품으로 펄쩍 뛰어 올랐습니다. 꼬리를 치며 달려드는 강아지를 보자 주인은 피곤함도 잊은 채 강아지를 끌어안고 건초더미에 나뒹굴었습니다.

   "요놈 봐라. 나를 반기는 녀석이 있네. 아무리 동물이 많아도 너처럼 내게 기쁨을 주는 동물은 없을 거야. 네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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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최고야!
  • 2014-05-31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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