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영혼이 자유로운 자

  • 구교환 목사
  • 2014.05.24 오후 06:53

영혼이 자유로운 자

 

 

  호시노 토미히로(星野富弘)라는 시인이 있습니다. 1946년 태어남 호시노는 1970년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체육교사로 부임했습니다. 그런데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던 호시노는 불의의 사고를 당합니다. 목 아래로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호시노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사고였습니다. 중학교 체육 교사를 하고 있던 나는, 체육관에서 학생들과 공중제비를 하고 있었을 때, 어찌된 일인지 매트에 머리 부분부터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이후 나는 목 아래 부분은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스스로 식사도 용변도 할 수 없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날마다 날마다, 그저 천정을 바라보고만 있는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살아보려는 마음은 없고, 매일이 그저 그렇게 흘러갈 뿐이었습니다."

 

  호시노는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비참한 삶을 살던 호시노는 1972년 병상에서 문득 어렸을 적 기억 하나를 떠올립니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물장구를 치던 호시노는 그만 급류에 휩쓸렸습니다. 강기슭으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럴수록 물만 더 먹었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호시노는 강의 하류 쪽으로 내려가면 수심이 얕은 곳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순간 호시노는 발버둥치는 것을 멈추고 물살에 자신의 몸을 맡겼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떠내려가자 강 하류에 도착했고 호시노는 무사히 강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던 호시노 토미히로는 자신에게 닥친 장애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잡았습니다. 몸은 장애로 말미암아 꼼짝 못했지만 영혼만큼은 자유를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편지에 답장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호시노는 입에 붓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펜으로 지렁이가 기어간 듯한 문자이긴 했지만 글자를 썼습니다.

 

"입에 물고 있던 가제는 침으로 흠뻑 젖었고, 너무나 힘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잇몸에서 피가 나서 가제에 스며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기쁘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다음 날도 다음 날도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입에 붓을 물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호시노 토미히로는 7년 후, 1979년 첫 작품전을 열었습니다. 1991년에는 자신만의 미술관을 개관하고 1994년부터는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전신장애자이지만 입에 붓을 물고 꽃을 그리고 시를 쓰는 사람 호시노 토미히로, 그렇게 그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1
  •  영혼이 자유로운 자
  • 2014-05-24
  • 구교환 목사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