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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 성지현
  • 조회 : 724
  • 2022.09.17 오전 08:12

  양반집 자손으로서 집안의 재산을 몽땅 털어먹는 난봉꾼을 파락호(破落戶)라고 합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김용환. 노름꾼 김용환은 경북 안동 일대 노름판에 단골손님이었습니다. 김용환은 노름을 하다가 결국 종갓집도 남의 손에 넘어갔고 종가 재산으로 내려오던 18만 평 전답도 모두 날려 버렸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혼인 날짜를 잡은 외동딸이 시가 어른들로부터 장롱을 새로 사오라는 돈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김용환은 장롱 살 돈을 빼앗아 노름판으로 직행했습니다. 돈을 잃어버린 딸은 빈손으로 시댁에 갈 수 없어 친정 큰어머니가 쓰던 헌 장롱을 가지고 가면서 한없이 울었다고 합니다.

  김용환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죽은 후 그동안 노름판에서 탕진했다고 알려진 돈은 모두 만주 독립군에게 군자금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김용환은 독립자금을 모으기 위해 철저하게 노름꾼으로 위장한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일제의 눈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95, 정부는 김용환의 공로를 기리며 건국훈장을 추서하였습니다. 아버지의 훈장을 받는 날, 딸 김후옹은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그럭저럭 나이 차서 십육 세에 시집가니, 청송 마평 서씨 문중에

   혼인은 하였으나 신행 날을 받았어도 갈 수 없는 딱한 사정

   신행 때 장롱 사오라고 시댁에서 맡긴 돈,

   그 돈 마저 가져가서 어디에 쓰셨는지?

   우리 아배를 기다리며 신행 날을 늦추다가 큰 어매가 쓰던 

   헌 농을 신행 발에 싣고 가니 주위에서 쑥덕쑥덕.

   그로부터 시집살이 주눅 들어 안절부절 끝내는 귀신이 붙어왔다

   하여 강변 모래밭에 꺼내다가 부수어 불태우니 오동나무 삼층장의

   불길은 왜 그리도 높던지. 새색시 오만간장 그 광경 어떠할꼬.

   우리 아배 원망하며 별난 시집 사느라고 오만간장 녹였더니,

   오늘에야 알고 보니 이 모든 것 저 모든 것 독립군 자금 위해,

   그 많던 천석 재산 다 바쳐도 모자라서 하나 뿐인 외동 딸

   시댁에서 보낸 농 값 그것마저 바쳤구나.

  그러면 그렇지!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내가 생각한 대로 절대 남들이 말하는 파락호는 아닐진대.

 

구교환 목사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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