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신음어』에 담긴 사상

  • 구교환 목사
  • 2016.06.11 오후 02:15


『신음어』에 담긴 사상


    ‘신음(呻吟)’이란 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고통 가운데 내는 소리를 말합니다. 그런데 『신음어(呻吟語)』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중국 여곤(呂坤)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사상을 신음하듯 토해내며 정리한 책입니다.

 

   여곤은 명나라 말기인 1536년에 하남 영릉에서 출생하였습니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양원현의 영(令), 즉 군수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후에 중앙정부의 차관직까지 오르지만 사람들의 비방과 중상에 환멸을 느껴 자리를 훌훌 털고 은거 생활에 들어갑니다. 이때가 그의 나이 59세,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제자들을 모아 가르침을 전수하다가 82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합니다.

 

   병을 앓으면서, 그리고 오랜 은둔생활 끝에 『신음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여곤 본인은 그의 가르침이 책으로 묶여지는 것을 마다했지만 그의 친구와 제자들에 의해 편집되어 빛을 보게 되었고 최근 어느 일본 학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곤은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하나는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타인의 장점에 주목하여 그것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자신의 장점을 과시하지 말고 타인의 단점을 들추어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자신을 높이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또 여곤은 시비를 분별치 못하는 사람은 세 가지를 부끄럽게 여긴다고 말합니다. 즉, 가난, 지위의 낮음, 그리고 늙어감입니다. 하지만 군자(君子)가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다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신데도 궁핍하게 사는 것, 세상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공덕을 쌓았다는 평판을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생활이 어려워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부끄럽습니다. 여곤은 이 땅에 산다면 최소한 부모님을 모실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여곤은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교양인이란 누구를 지칭하는 말일까요? 여곤의 생각에 교양인이란 알아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몰라도 되는 것까지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바꿔 말하면 그저 많이 알고 있는 만물박사가 교양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알고 있지만 사소한 것들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사람이 교양인입니다.

 

   여곤의 『신음어(呻吟語)』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 봅니다. 여곤은 당연히 신자가 아니었습니다. 만약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알았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요? 문득 사도 바울이 남긴 메시지가 떠오릅니다. “위의 것을 생각하고 땅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추어졌음이라…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골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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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음어』에 담긴 사상
  • 2016-06-11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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