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경건을 연습하다

  • 김한석
  • 2019.10.10 오후 12:12

경건을 연습하다

어느 시골 교회 목사님이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검고 하얀 돌들이 둘러싸고 찌르고, 결정적으로 단수(單手)를 쳐서 상대방의 돌을 들어내는 순간 목사님은 희열을 느꼈습니다. 바둑에서는 단수 치는 것을 아다리라고 합니다. ‘아다리는 일본어인데 한 수만 더 두면 상대의 돌을 따 낼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 바둑 두는 사람들은 상대의 목을 조이며 아다리라고 소리치며 상대방에게 경고를 하는데 이 때 기분이 꽤 괜찮습니다.

 

목사님은 일주일 내내 바둑에 빠져 살았습니다. 주일이 되어 강단에 올라갔는데 성도들의 머리가 바둑알로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염색한 권사님은 흑으로, 염색하지 않은 성도들은 백으로 보였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목사님은 눈을 비벼 가며 예배를 진행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축도 시간, 축도하는 시간까지 왔으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습니다. “간절히 축원합니다.” 여기까지는 잘 했는데 그만 마지막에 가서 아다리라는 말이 불숙 튀어나왔습니다. ‘아멘이라고 해야 하는데.

 

누가 웃자고 지어낸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에 관심을 갖고 생활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매일매일 돈 버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돌덩이도 금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무엇에 집중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통계학에 '엥겔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엥겔지수란 한 가정이나 사회 또는 국가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전체 생계비 지출 총액에서 음식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따라서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후진국이고 가난한 사람들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한 달 수입이 200만 원인데 식품비로 100만 원을 쓰면 엥겔지수는 50이 됩니다. 그런데 400만 원 수입에 식품비로 100만 원을 지출한다면 엥겔지수는 25에 불과합니다.

 

같은 방법으로 영적인 엥겔지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루 24 시간 가운데 자기 육체의 본능을 위하여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을수록 그는 덜 경건한 사람입니다. 반면에 경건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더 많이 할애할 수 있다면 그만큼 경건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섯 시간 자는 사람이 한 시간을 줄여 그 시간에 기도한다면 그만큼 경건이 됩니다. 하루에 두 시간씩 TV를 보는 사람이 한 시간을 잘라내어 성경을 읽는다면 그것이 바로 경건입니다.

 

경건은 곧 훈련입니다. 제 아무리 목사라 할지라도 세상잡기에 빠져 있으면 경건은 흠집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놀러갈 때는 1등이고 기도하기 위해 모일 때는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는다면 경건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경건이 없으면 하나님으로부터 축복도 없습니다. 이 가을에 경건에 이르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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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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