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밧 줄

  • 김한석
  • 2019.10.19 오후 05:39

밧 줄

공과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20년 동안 한국에서 선교사로 일했습니다. 덕분에 이 학생은 한국을 동경했고 한국 여성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학생의 꿈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교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중국 오지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는 공과대학에서 2년 동안 수업을 하고 잠시 휴학을 한 뒤에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중 한국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였습니다. 신학 공부를 마친 이 학생은 다시 공과대학에 복학하였습니다. 중국에 가서 선교하려면 목사보다 기술자의 신분을 갖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젊은 부부는 여름에도 긴 옷을 입고 살았습니다. 밤에 잠을 잘 때에도 베개를 베지 않고 그냥 바닥에 누워 잤습니다. 식품을 살 때도 꼭 필요한 것만 낱개로 구입했고 최소한의 식품으로 살았다고 합니다. 이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장차 선교하러 갈 중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중국 선교에 대한 분명한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미리미리 준비하고 훈련하는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언젠가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덩치가 큰 코끼리이지만 의외로 코끼리를 묶어 놓은 밧줄은 가늘고 약해보였습니다. 사실 코끼리는 성질이 사납고 감정 기복이 심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코끼리는 신기하게도 조련사의 조그마한 회초리 하나에 고분고분했습니다.

 

처음 코끼리를 훈련시킬 때는 발목에 든든한 쇠사슬을 채워 튼튼하고 굵은 나무 기둥에 묶어 놓는다고 합니다. 코끼리는 자기가 살던 정글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을 쳐보지만 굵은 쇠사슬을 끊을 수는 없습니다. 줄이 팽팽해질수록 코끼리의 발목에는 통증만 더해질 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조련사는 조금씩 쇠사슬의 굵기를 줄여갑니다. 그러면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가느다란 밧줄로 코끼리를 묶습니다. 코끼리가 조금만 힘을 쓰면 쉽게 끊어질 정도입니다. 그런데 코끼리는 그것을 끊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소망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코끼리는 조련사의 눈치를 보게 되고 묶어 놓지 않아도 조련사 주위를 맴도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인생을 결정합니다. 공과대학의 젊은 부부는 꿈과 비전이 있었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언어를 훈련하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때를 기다리며 한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어리석은 코끼리는 꿈을 상실한 채 현실에 메여 살 뿐입니다. 실패했던 경험에 사로잡혀 쉽게 끊을 수 있는 밧줄조차 끊어내지 못한 채 말입니다. 혹시 우리가 어떤 밧줄에 묶여 있지는 않은가 돌아봅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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