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집에 가는 길
어느 시골 마을에 집이 두 채가 있었습니다. 이 집들은 멀지 않아서 소리를 높여 부르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이웃집을 가려면 당연히 바로 가면 금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인지 마을을 한 바퀴 빙 둘러 돌아가곤 했습니다. 바로 가면 1분도 걸리지 않을 것을 이들은 바보같이 1시간 이상을 걸었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는 우리의 신앙생활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착한 일을 해야 하나님께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착하게 먹고 선행을 쌓을 때 비로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옆집에 가는 길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냥 바로 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길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생 다하도록 수고를 하고 선인(善人)이 되어 하나님을 찾는 것입니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은 스스로 의인이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자기를 극복하기 위해 처절한 훈련을 반복합니다. 옆집에 가기 위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기 스스로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죄와 못된 습관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하나님 앞으로 나아갑니다. 살아오면서 해놓은 것이라고는 변변치 않습니다.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것밖에는 없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고개를 들 수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부르시니 그 인생을 주님 품에 안깁니다. 옆집에 가기 위해 곧바로 질러가는 사람입니다.
샤롯 엘리오트(1789-1871)는 1834년 어느 날, 심한 무기력감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집안 식구들이 학교를 세우기 위해 모금운동을 했는데 그녀는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었습니다. 몸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도움이 되지도 못하고 짐만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샤롯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샤롯의 마음을 두드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는 자는 다 내게로 올 것이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어 쫓지 아니하리라”(요6:37).
하나님께서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신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녀의 슬픔은 기쁨으로 변했습니다. 힘을 얻은 샤롯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께로 거저 갑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종이를 꺼내 적어 내려갔는데 우리가 쓰는 찬송 282장입니다. “큰 죄에 빠진 날 위해 주 보혈 흘려주시고 또 나를 오라 하시니 주께로 거저 갑니다.”
샤롯 엘리오트는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멀리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달려가 주님의 품에 안긴 사람입니다.
(구교환 목사 / 9chang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