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제대로 하는 사과

  • 구교환 목사
  • 2015.10.31 오후 12:29


제대로 하는 사과


   여기서 말하는 사과는 먹는 사과가 아니라 용서를 구하는 사과입니다. 산상수훈을 읽으면서 용서에 대한 중요성을 묵상하던 중에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미안해'는 사과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혹은 '실례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말은 단순한 유감의 표시일 뿐입니다. 제대로 하는 사과는 '내가 잘못했어'라고 명확히 표현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나아가 그 책임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보상하겠는 것까지 언급해야 제대로 하는 사과입니다. 사과를 한답시고 '미안하다고 했잖아! 한 번 말했으면 됐지'라며 짜증을 낸다면 사과한 것이 아닙니다.

 

   사과를 하면서 가정법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일 제가 한 말에 상처가 되셨다면 죄송합니다'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습니다. '만일'이라고 조건을 다는 것이 틀렸습니다. 이런 식의 말은 자칫 피해자를 격분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바른 말 했는데 당신이 오해를 했다는 식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제 말이 당신을 힘들게 했네요.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사과입니다.

 

   사과를 할 때는 수동태 대신 능동태를 사용해야 합니다. 수동태 표현은 말하는 사람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능동태 표현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어제는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 말을 수동으로 바꾸면 '어제 내 행동에 실수가 있었어요'가 됩니다. 피곤해서, 아니면 너무 바빠서 그랬다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수동태 표현들은 정치가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슬그머니 빠져나가려고 할 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사과를 할 때 최악의 표현은 피해자의 마음이나 상황을 건너짚는 것입니다. '당신이 어떤 기분인지 압니다'라고 말한다면 이 말 역시 피해자를 격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피해자들은 '당신이 알면 뭘 알아?' 하고 대들기 십상입니. 차라리 진실된 심정으로 지금 어떠냐고 피해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사과는 협상이 아닙니다. 협상이란 서로의 조건을 주고받으면서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것입니다. 양극단에서 출발해 중간 어느 지점에서 타협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사과는 다릅니다. 모든 책임을 가해자가 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무엇을 해드릴까요?'라고 묻는 것은 금물입니다. 아마도 피해자는 '그걸 몰라서 물어?'라며 대들 것입니다.

 

   사과를 해도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혹시 사과하는 방법이 틀린 것은 아닌지요? 제대로 하는 사과가 모두를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1
  •  제대로 하는 사과
  • 2015-10-31
  • 구교환 목사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