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나무 두 그루

  • 구교환 목사
  • 2015.08.29 오전 11:53


나무 두 그루


   어느 나라 어느 임금님이 두 명의 농부를 불러 씨앗을 하나씩 선물로 주며 잘 키우라고 당부하였습니다. 그 씨앗은 아주 귀한 열매를 맺는 나무의 씨앗인데 임금님은 그 열매로 약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마음 착한 농부는 집 앞 양지 바른 곳에 그 씨앗을 심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햇볕이 너무 강하다 싶을 때는 그늘 막을 쳐서 너무 뜨겁지 않도록 보호하였습니다. 씨앗은 곧 싹이 났고 잘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기다리던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농부 역시 기대감에 부풀어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런데 이 농부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산비탈에 씨앗을 심었습니다. 물도 주지 않았고 햇볕도 가려주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농부가 하는 일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가 “잘 있었니? 잘 자라주어야 한다.”라는 인사가 전부였습니다.

 

   두 개의 나무에 열매들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거의 같은 시점이었습니다. 집 앞 양지 바른 곳의 나무도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산비탈의 나무 역시 비슷한 모양의 열매가 달렸습니다. 그런데 두 나무의 열매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양지 바른 텃밭의 나무에 달린 열매는 그 빛깔이 어딘지 모르게 희미했습니다. 하지만 산비탈 있는 나무에 맺히기 시작한 열매는 그 빛깔이 맑고 신선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맛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 해가 다시 지나고 어느 여름 태풍이 불었습니다. 세차게 몰아치는 강풍에 농부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집 앞 양지 바른 곳에 심겨진 나무 열매들이 세찬 바람에 투두둑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산비탈에서 자라난 나무는 세찬 바람에도 잘 견뎠습니다. 열매 몇 개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더 크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습니다.

 

   어렸을 적 읽은 동화입니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온실에서 자란 나무는 약하지만 야생에서 자라난 나무는 훨씬 튼튼하다는 교훈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서 양식이냐 자연산을 따지는 이유도 같은 이치입니다. 너무 곱게 자란 탓에 어른이 되어서도 사고만 치는 이들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과잉보호가 항상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돛단배를 부리는 뱃사공들은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어야 배가 잘 나가기 때문입니다. 바람과 맞서 싸울 줄도 알고 바람을 이용할 줄도 아는 사공이 진정한 뱃사공입니다. 똑같은 강풍인데 누구에게는 순풍이 되고 누구에게는 역풍이 되는지요? 힘든 세상이지만 오히려 역경을 이겨내고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진정한 실력자들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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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 두 그루
  • 2015-08-29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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