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조금만 참으면

  • 구교환 목사
  • 2015.06.27 오전 11:32


조금만 참으면



“감사합니다. 요즘 힘드시죠? 조금만 참으면 제 자리로 돌아올 겁니다. 힘내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메르스 때문에 어려운 이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나 싶어 이번 달은 그냥 넘어가시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사업 번창하시기를 바랍니다.”



   여기 인용한 SNS 메시지는 지난 17일 건물 주인이 그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세입자에게 보낸 내용입니다. 의정부시 금오동에서 고기 집을 운영하는 주인은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라 곧바로 건물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내용 그대로 건물주는 월세 160만 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메르스 여파로 손님이 줄어 고민하던 식당 주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 했다고 합니다.

 

   소문에 의하면 건물주는 상가를 하나 구입해 월세를 놓고 자신은 의정부에서 개인택시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택시 손님도 줄었고, 손님들로부터 요즘 너무 힘들다는 말을 들었던 차에 건물주는 어려운 결단을 한 것입니다. “요즘 돌아다니면서 얘기를 들어 보니 경기가 너무 힘든 걸 알겠더라”면서 건물주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조금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택시를 하는 건물주인이라고 해서 다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조금 더 괜찮을 수도 있고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형편이 좋아 보여도 속으로는 많은 아픔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보다 이웃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리는 그 마음이 따뜻하지 않습니까? 요즘같이 층간소음으로 다툼이 일어나고 보복운전이 기승을 부리는 때에 “조금만 참으면”이라는 말은 우리 모두를 상큼하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어느 회사 자동차 선전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갑자기 비가 내렸습니다. 남자는 겉옷을 벗어 여자 친구를 덮어줍니다. 그리고 자동차 옆문을 열어주고 여자 친구를 태웠습니다. 남자의 배려에 비를 피할 수 있었던 여자는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 조용히 속삭입니다. “좋다!” 그 표정에서 남자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차가 아니라 사람이 좋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에 보내는 편지에서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으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다는 것은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는 마음입니다(빌2:3-4). 상대방을 낫게 여긴다는 것은 그를 높여주는 것이고 그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비록 덥지만 추위를 타는 친구를 위해 에어컨을 꺼주는 것, 운전을 하면서 누군가를 위해 양보하는 것, 그 사람이 탈 때까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채 기다려주는 것, 이런 일들이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기본입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을 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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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만 참으면
  • 2015-06-27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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