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만종(晩鐘)

  • 구교환 목사
  • 2015.07.11 오후 12:20


만종(晩鐘)


   「만종(晩鐘 : the Angelus)이라는 미술 작품은 어느 날 저녁 땅거미가 드리우기 시작할 때 두 부부가 일손을 멈추고 멀리 교회당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맞춰 기도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화가 장 프랑스아 밀레(1814-1875)1857년부터 2년에 걸쳐 그려낸 것으로 지금은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밀레는 가난에 허덕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림을 팔아 생계를 꾸려야 하는데 그 누구도 자신의 그림을 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절박한 상황에 빠져 있을 때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친구는 밀레에게 만종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친구는 그림을 가져가고 그 값으로 300프랑을 전해 주었습니다. 당장 위기를 넘긴 밀레는 화가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몇 해가 흘렀습니다. 밀레는 친구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집에서 자신의 그림 만종이 벽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친구는 곤경에 빠진 밀레를 도우면서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구매자가 있는 것처럼 일을 꾸몄던 것입니다. 친구는 돈 300프랑으로 밀레의 생계를 지원했고 그의 자존심도 흠이 가지 않도록 배려를 하였습니다. 친구의 배려 덕분에 밀레는 화가로서의 명성을 인정받았고 그가 그린 그림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세상이 흉흉해지다 보니 요즘 진정한 친구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라고 하지만 막상 어려움이 닥치면 등을 돌리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죽은 돼지를 지게에 짊어지고 친구의 집을 돌아다녔는데 모두들 문을 닫고 모른 척 하더라는 옛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친구가 사람을 죽여 짊어지고 왔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과연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시신을 가지고 오면 선뜻 대문을 열어줄 수 있는 친구가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을 생각해야 합니다. 300프랑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던지심으로 구속의 역사를 이루어내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의 친구들 나를 버려도 나를 사랑하는 이는 예수뿐일세라는 394장 찬송을 부릅니다.

 

   모두들 힘들어하는 세상입니다. 훈훈하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곳도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도 요한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입은 자로서 이제는 우리가 그런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가자고 주장합니다.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요일3:16). 목숨까지는 그렇다 해도 밀레의 친구처럼 친구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작은 배려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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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종(晩鐘)
  • 2015-07-11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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