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봄이 오는 속도

  • 구교환 목사
  • 2015.03.21 오후 02:49


봄이 오는 속도


   경기도의 어느 연구소에서 봄이 오는 속도를 계산하였습니다. 개나리 피는 시기를 살펴보니 제주도에 개나리꽃이 피고 약 20일이 지나면 서울에도 개나리가 핀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서울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440Km, 따라서 개나리꽃은 하루에 대략 22Km를 이동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한 시간당 약 920m를 이동하는 셈입니다. 보통 성인의 경우 한 시간에 4km를 걷는다고 할 때 봄이 오는 속도는 그 보다 훨씬 느리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쉽게 말하면 서너 살짜리 어린아이가 아장아장 걷는 정도의 속도로 봄이 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이 어렵다 보니 끝없는 터널이라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끝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터널에는 분명 끝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인 무저갱이 아니라면 아무리 깊은 터널이라 할지라도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비록 그것이 어린아이가 아장아장 걷는 정도로 더디고 느려보일지라도 어김없이 우리 곁에 찾아와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과 같이 지금은 어둡고 캄캄해도 그 끝은 분명 밝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돈 얼마로 마음이 상해서, 혹은 삐뚤어진 사랑으로 인해, 심지어는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도 끔찍한 범행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 저쪽 편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벌이는 테러와 폭력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지난 20일에는 예멘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137명이 목숨을 잃는 폭탄 테러가 있었습니다. 부상자만도 수백 명이니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의 희생자가 나온 범행입니다.

 

   얼마 전에는 세월호 사건 당시 10여 명을 구조한 파란 바지의 영웅 김 아무개가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 허우적거리는 학생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이 그를 힘들게 했다고 합니다. “다들 쉽게 잊으라고만 한다.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심지어 창문만 봐도 세월호 창 안에 갇힌 아이들이 생각나는데…”라며 흐느끼는 모습에서 그가 겪고 있는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인생을 그렇게 끝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인생은 물론 남의 인생도 함부로 끝내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조금 더 참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어린아이 아장아장 걷는 정도의 느린 속도일 수는 있겠지만 겨울이 깊으면 그만큼 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활의 아침이 될 때까지 예수님도 삼일 동안을 무덤 속에 계셔야 하지 않았습니까?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라고 시작하는 봄노래를 부르며 기지개를 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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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 오는 속도
  • 2015-03-21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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