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왕좌(王座)와 십자가 사이에서

  • 구교환 목사
  • 2015.03.28 오후 04:02


왕좌(王座)와 십자가 사이에서




   종려주일(Palm Sunday)은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제자들과 무리들이 자기들의 겉옷과 종려나무 가지를 길에 펴면서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라고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던 사건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그 동안 감추어져 있었던 메시아에 대한 소식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면서 온 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한 날이 종려주일입니다. 백성들은 세상을 구원할 왕이 오실 때 나귀를 타고 오신다고 믿고 있었습니다(슥9:9).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면서 나귀를 타시자 백성들은 정치적 메시아의 등장에 흥분을 하였습니다. 번영과 축복의 상징인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길에 폈고 절대적 복종의 뜻으로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길에 깔고 호산나를 외쳤습니다. 로마의 지긋지긋한 압제로부터 드디어 해방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날, 예수님은 예루살렘 왕좌(王座)에 오르시지 않았습니다. 대신 예수님은 성전에 들어가셨습니다. 로마의 군인들을 쫓아내신 것이 아니라 성전에서 장사하는 모리배들을 쫓아내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날 오후, 그들을 떠나 성 밖으로 나가 베다니에서 유하셨습니다(마21:17). 다음 날 이른 아침, 예수님은 다시 예루살렘에 들어오셨는데 시장하셨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전 날 소리 높여 호산나를 외치던 이들은 어디 갔는지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예수님께 아침거리를 제공한 이가 없었습니다.


   며칠 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네 기도를 마치시고 군인들에게 체포를 당하셨습니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밤새도록 심문을 당하신 예수님께서는 결국 십자가 처형을 당하십니다. 당시 예루살렘의 치안 책임자였던 빌라도 총독은 예수님을 죽일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특별사면이라도 해서 예수님을 풀어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백성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사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습니다. 벳새다에서 예수님께서 주신 떡과 물고기로 배불리 먹었고, 예수님께서 기적을 베푸셨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흔들며 옷을 벗어 길에 펴고 호산나를 외쳤던 사람들, 이제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습니다.

 

   2000년이 흘렀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하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호산나가 아니더라도 마음의 문을 열고 조용히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떠들썩하지는 않아도 조용히 냉수 한 그릇이라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왕좌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지셨던 십자가 밑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면 행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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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좌(王座)와 십자가 사이에서
  • 2015-03-28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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