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길갈, 그리고 서울

  • 구교환 목사
  • 2015.04.11 오후 03:37


길갈, 그리고 서울



   성경말씀에 길갈이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여리고 동쪽 경계”(수4:19)로 설명되는 길갈은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넌 후 진을 치고 요단에서 가져온 12개의 돌로 기념비를 세운 지역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백성들은 할례 예식을 행했고 유월절을 지켰으며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군대장관을 만났습니다.

 

   사무엘 선지자 역시 길갈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을 순회할 때마다 길갈을 빼놓지 않았고, 사울을 왕으로 세운 곳도 길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길갈에서 제사를 드렸습니다(삼상10:8, 11:15, 15:21). 이 길갈은 여리고 동쪽 3.7Km에 위치한 “굴러갔다”라는 뜻의 마을입니다. 애굽에서 탈출하고 애굽에서 받았던 수치를 굴려내고 그 부끄러움을 떨쳐버린 중요한 의미로 기억되는 지역이 바로 길갈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길갈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게 됩니다.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오면서 영적, 정치적으로 중심이었던 길갈은 서서히 모든 악의 근원으로 전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원전 8세기 무렵, 선지자 호세아는 “그들의 모든 악이 길갈에 있으므로 내가 거기에서 그들을 미워하였노라”(호9:15)고 했고 아모스는 “너희가 벧엘에 가서 범죄하며 길갈에 가서 죄를 더하며”(암4:4)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도시가 범죄의 중심이 된 것입니다.

 

   네팔에서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지난 화요일, 일정을 마치고 저녁 9시 무렵 손님들과 함께 남산에 올랐습니다. 케이블카도 탔고 서울타워에도 올라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서울 구경 왔을 때 기억과는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발밑으로 펼쳐진 서울, 그 웅장함과 화려함은 네팔 목사님들은 물론 서울 사는 사람이 볼 때도 대단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서울은 대단한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선사시대 때부터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삼국시대에도 왕들마다 서울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는데 누구든 서울을 차지하는 나라가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초기 백제의 수도였으며, 1394년 조선의 수도가 되었고, 위례, 한산, 남경, 한양 등의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다가 정식으로 서울이 된 것은 1946년입니다. 서울 인구는 작년 통계로 1,000만 명이 넘었고, 가로 세로 1Km 면적에 1만7천 명이 살고 있는 크고 복잡한 도시입니다.

 

   외국 목사님들은 밤하늘을 밝히는 빨간 십자가를 세며 흥분합니다. 여기저기, 한 자리에서 수십 개의 십자가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습니다. 일행 중 한 분이 거룩한 도시(a holy city)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습니다. 물론 십자가가 많다고 거룩한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명성을 자랑하고 그 화려함과 웅장함을 자랑할 뿐 그 속에는 각종 죄악이 관영한 도시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길갈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1
  •  길갈, 그리고 서울
  • 2015-04-11
  • 구교환 목사

게시글 확인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

게시글 수정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