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포기와 집착

  • 구교환 목사
  • 2015.04.18 오전 11:16


포기와 집착


   시편 120편에서 134편까지 모두 15개의 시편에는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여행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먼 여행을 하면서, 특별히 해발 760m에 위치한 예루살렘 언덕을 향해 올라가면서 서로 격려하며 힘을 돋우었던 노래가 성전에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131편과 132편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두 시편 모두 다윗의 노래인데 131편에서는 ‘포기’를 말하고 132편은 ‘집착’을 이야기합니다. 다윗이 말하는 포기의 대상은 “큰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입니다. 거창한 길을 좇지 않고 주제넘게 놀라운 일을 꿈꾸지 않는 것입니다. 다윗은 포기한 자의 모습을 젖 뗀 아이가 엄마 품에 있는 것처럼 평온하다고 노래합니다. 이제 막 젖을 뗐지만 엄마 품에 안겨서도 엄마의 젖가슴을 파고들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연상하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웠기에 그 영혼이 고요하고 마음이 평온합니다.


   반대로 다윗은 집착을 이야기합니다. 얼마나 집착하는지 그것을 얻기까지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침상에 눕지도 않겠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나머지 잠도 자지 않고 졸지도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윗이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다윗이 잠도 자 않고 집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여호와의 처소 곧 야곱의 전능자의 성막”입니다. 성막이란 출애굽 당시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모세가 만들었던 것인데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법궤를 이웃나라 블레셋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임금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법궤를 되찾겠는 일에 집중하였습니다. 법궤를 찾아 제 자리에 옮겨 놓는 일, 바로 이것이 다윗이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침상에 오르지도 않겠다며 집착하고 있었던 일입니다.

 

   세상에는 포기하고 집착하는 일에 있어서 혼동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별 일도 아닌데, 툭툭 털어버리면 그만일 일을 가지고 사람들은 집착합니다. 주제넘은 일인데 내려놓지 못하고 죽겠다고 난리들을 치고 있습니다. 사랑에 빠져서, 혹은 명예욕에 눈이 어두워서 움켜쥔 손아귀를 쉽게 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생명을 걸어야 하는 일인데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순결을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마음 역시 너무 쉽게 버리고 있습니다.


   인간다움이란 포기와 집착에서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 무엇을 쫓고 있는지? 혹시라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명을 걸고 지켜내야 하는 것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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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기와 집착
  • 2015-04-18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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