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리스바의 한(恨)을 생각하며

  • 구교환 목사
  • 2014.04.26 오후 05:06

리스바의 한(恨)을 생각하며


   리스바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아야의 딸로서 이스라엘 첫째 왕 사울의 첩이었습니다. 리스바는 사울이 죽자 사울의 최측근 장군이었던 아브넬과 통간을 합니다(삼하3:7). 성경은 이 일을 "통간"이라고 기록하였지만 정황으로 볼 때 아브넬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후 아브넬마저 죽었습니다. 의지할 데 없어진 리스바는 사울에게서 낳은 두 아들, 알모니와 므비보셋을 데리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3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기원전 980년 무렵, 이스라엘에 기근이 들었는데 3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다급해진 다윗 임금은 하나님께 기도했고, 기도하는 중에 기브온 사람들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래전 여호수아가 가나안에 들어올 때 기브온 사람들과의 평화 약속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사울이 임금이 되고난 후 그 약속을 깨고 상당수의 기브온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이 일로 인해 기브온 사람들은 속이 상했고 이스라엘을 저주하게 됩니다. 다윗은 기브온 사람들의 저주로 인해 비가 오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기브온 사람들을 불러 물었습니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어떻게 하랴 내가 어떻게 속죄하여야 너희가 여호와의 기업을 위하여 복을 빌겠느냐?"(삼하21:3)


   기브온 사람들은 사울의 자손 가운데 일곱 사람을 요구하고 그들을 목매어 달겠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다윗은 이들의 요구를 허락했고 그 때 붙들려나온 일곱 명 가운데 리스바의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다섯 명과 함께 리스바의 아들들은 교수형에 처해집니다. 보리를 베기 시작하던 때, 이때부터 시작하여 리스바는 바위 위에 굵은 베를 펴고 비가 쏟아지기까지 아들들의 시신을 지켰습니다. 자칫 잠이라도 들면 새들이 쪼아 먹을까, 한눈을 파는 사이 들짐승들이 달려들까 리스바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들들의 시신을 지켰습니다. 보리 베기 시작하던 때부터 비가 내릴 때는 적게 잡아도 6개월입니다. 드디어 비가 내려 아들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이스라엘에 임했던 저주가 풀릴 때까지 리스바는 아들들의 시신을 지키며 그렇게 살았습니다.


   리스바라는 작은 여인의 한(恨)을 요즘 남쪽 바다에서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리스바보다 더 깊은 한이 바다를 바라보는 여인들의 마음을 예리한 칼끝으로 후벼내고 있을 것입니다.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할지, 얼마나 더 큰소리로 불러야 할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할지…. 구조자, 사망자, 실종자라는 구분은 그렇게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살았거나 죽었거나, 가족이거나 아니거나 그 눈물은 우리 모두의 눈물이고 그 탄식은 우리 모두의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누구를 탓하거나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냥 간절한 마음으로 이 나라에 다시는 리스바와 같은 여인들의 한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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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스바의 한(恨)을 생각하며
  • 2014-04-26
  • 구교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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