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100원짜리 동전 1006개

  • 구교환목사
  • 2013.10.26 오전 11:53

 

100원짜리 동전 1006

 

   사회복지사 한 분이 아주 어렵게 살고 있는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40대 여인 하나가 어린 딸을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환경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인의 얼굴을 불에 덴 상처로 인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딸은 앞을 보지 못했습니다. 방안에는 너덜너덜한 장롱 하나가 전부였고 반지하실 좁은 방은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였습니다.

 

  여인은 어렸을 적에 집에 불이 나 어머니와 형제들을 잃었습니다. 화상은 그 때 입었습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아버지는 사고 이후 매일매일 술로 사셨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못하고 아버지는 어느 날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시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여인은 세상에 버려졌고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부랑자 보호 시설에 들어갔습니다. 어느 단체의 주선으로 기술도 배워보고 학교도 다녔지만 세상은 여인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앞을 보지 못했습니다. 딸을 낳았는데 안타깝게도 딸 역시 앞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있고 딸이 있어 그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후 시름시름 앓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여인은 딸과 함께 다시 세상에 버려졌습니다. 여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전철을 타고 다니며 구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계속하던 여인이 장롱 서랍에서 검정 비닐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거기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여인은 그것을 복지사에게 건네주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구걸을 하다가 500원짜리 동전이 들어오면 쓰지 않고 모으고 있어요. 누가 그러는데 우리 딸 수술하면 볼 수 있다고 해서요. 그리고 100원짜리는 누군가 필요할 것 같아서 모으고 있었지요. 가끔씩 1,000원 짜리 주시는 분들이 계셔요. 우리는 그것으로 먹고 산답니다."

   

  사회복지사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여인은 완강했습니다. 결국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여인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동전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동전을 세어보니 100원짜리 동전 1006개가 담겨 있었습니다. 1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입니다.

 

  물론 그것을 돈의 가치만으로 따지는 것은 무례한 일입니다. 비록 불행한 인생을 살았지만 나름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여인의 예쁜 마음이 담겨 있는 동전들이기 때문입니다. 1006, 여인은 그것을 하나하나 모아가면서 인생의 행복과 살아간다는 보람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지금 내 주머니에는 동전이 몇 개나 모아졌는지 돌아보았습니다. 그것이 하나하나 더해질 때마다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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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원짜리 동전 1006개
  • 2013-10-26
  • 구교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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