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교회

목회칼럼

 

진홍가슴새

  • 성지현
  • 2022.11.12 오후 01:28

  가슴 아픈 일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흐믓한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아른 아침, 서울 변두리의 카페에 한 여인이 지갑을 열어 동전을 꺼내고 있었습니다. 언뜻 보아 여인은 커피 한 잔 마시기에도 넉넉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점원이 입을 열었습니다. “이 빵도 하나 가져가세요.” 여인이 멈칫거렸습니다. 그러자 직원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오늘이 제 생일이거든요. 그래서 소님들에게 빵 하나씩 쏘는 거랍니다.”

  여인의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중년남자가 말을 걸었습니다. “생일이라고 빵을 선물하다니 멋지네요. 생일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다른 점원이 끼어들었습니다. “이 친구는 좀 힘들어하는 손님이 오시면 그 날이 바로 자기 생일이예요.”

  앞가슴 정중앙에 붉은 점이 있는 새가 있습니다. 동그랗게, 마치 붓으로 찍어 놓은 것 같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새를 진홍가슴새라고 불렀습니다. 처음부터 진홍가슴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새하얀 가슴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여기저기 하늘을 날다가 이스라엘 어디에서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들 그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해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유대인들과 로마 군인들이 달려들어 다짜고짜 남자를 끌고 갔습니다. 군인들은 남자를 채찍으로 때렸습니다. 머리에 가시관을 씌우더니 침을 뱉고 조롱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남자를 십자가에 못을 박았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남자는 큰소리로 부르짖더니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날이 저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고 조용해졌습니다. 새하얀 가슴 새는 십자가 곁으로 날아가 남자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하나 뽑았습니다. 그 바람에 피가 한 방울 튀었습니다. 피로 얼룩진 자국은 물로 씻어도 씻기지 않고 낙엽으로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 새끼들이 태어났는데 모두들 가슴 앞쪽으로 진홍색 반점들이 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하얀 가슴이었던 새의 이름이 진홍가슴새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1909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셀마 라겔로뢰프(1858-1940)의 동화 진홍가슴새의 비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슴에 진홍색 반점이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님의 보혈로 낫게 하시고 세상을 넉넉히 이기게 하실 것입니다.

(구교환 목사 / change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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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홍가슴새
  • 2022-11-12
  • 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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